2009년, 구덕운동장을 처음 방문한 영국인 찰리 로빈슨은 부산교통공사축구단의 유니폼을 보고 깊은 향수를 느꼈습니다. 파란색 바탕에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유니폼은 그의 고국인 영국의 축구팀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FC의 유니폼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산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공기업의 구단이라는 사실에 큰 매력을 느낀 그는 곧 부산교통공사축구단의 열성적인 팬이 되었습니다. 매주 구덕운동장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든 응원가를 부르고, 아들과 함께 장거리 원정 경기를 따라다니는 등 활발한 팬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찰리 로빈슨은 자신이 거주하던 동네의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구단을 소개하며 팬층을 넓히는 데 기여했고, 2010년에는 구단의 공식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2년간 활동하였습니다. 2013년 영국으로 귀국한 이후에도 변함없이 구단을 응원해 왔으며, 2025년 4월 19일에는 12년 만에 다시 구덕운동장을 찾아 K3리그 5라운드 경기를 직접 관람하였습니다.
찰리 로빈슨은 단순한 외국인 팬을 넘어, 부산교통공사축구단만의 독보적인 ‘1호 팬’으로서 지역 축구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정신을 계승하여 현재의 서포터즈인 ‘소주드링커스’가 탄생하였습니다.
2017년에 결성된 부산교통공사축구단의 서포터즈입니다. ‘경기 후 함께 소주를 마시러 간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소주드링커스’라는 이름은 부산 특유의 지역성과 서민적 정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이름처럼, 이들은 단순한 응원을 넘어 축구와 지역사회, 그리고 문화를 하나로 잇는 따뜻하고 개성 있는 응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경기장에서 북소리와 깃발, 직접 제작한 응원가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홈경기는 물론 원정경기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단순한 팬그룹을 넘어 팀과 지역사회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비록 10명 내외의 소규모 구성원이지만 천 명의 관중 못지않은 열정과 응원으로 경기장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팀에 강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소주드링커스는 부산교통공사축구단이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함께 성장해 온 소중한 존재입니다. 단순히 승리의 순간만이 아닌, 어려운 시기에도 함께하며 ‘나의 팀’을 향한 진정성 있는 응원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산을 위해, 축구를 위해, 오늘도 함께 달립니다.”
앞으로도 소주드링커스는 부산교통공사축구단의 든든한 열두 번째 선수로서 그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강팀을 선호합니다. 인기가 있고 성과를 내는 팀을 응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스포츠의 진정한 발전은 강팀의 팬들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하부 리그에서 경쟁하는 팀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존재야말로 스포츠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입니다.
이들은 승리 자체보다 팀의 역사, 문화, 그리고 공동체성과 같은 비물질적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며,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하고 충성도 높은 응원으로 팀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의 존재 덕분에 다양한 팀이 리그 안에서 생존할 수 있고, 전체 리그의 경쟁력과 다양성 또한 유지될 수 있습니다. 단지 '이기는 팀'이 아니라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이들로 인해 스포츠는 일회성 소비를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결국 스포츠의 진정한 발전은 소수의 인기 팀이 아니라, 수많은 무명의 팀과 그 팀을 묵묵히 응원하는 팬들에 의해 가능해집니다. 이들이 있기에 스포츠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자산으로서 진정한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정신을 몸소 보여주는 찰리로빈슨과 소주드링커스를 비롯한 모든 부산교통공사축구단의 팬 여러분께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